프리모 레비 | 권민철 | 2022-12-24 | ||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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프리모 레비는 그의 책 ‘이것이 인간인가’에서 나치의 강제 수용소에서 자행된 행악을 고발하기보다는 그 속에서 일어난 인간의 모습을 유심히 관찰하게 됩니다. 진흙탕 속에서 함께 고된 노동을 하면서도, 빵 반쪽을 위해 싸우는 인간의 참담함 모습도 그리고 있습니다. 어느 날 그는 과학을 전공했다는 이유로 모든 사람이 부러워하는 ‘실험실’에서 노동을 하게 됩니다. 동료들은 추위에 굶어 죽어 가는데 그는 따뜻한 곳에서 노동을 하면서, 몇 달 만에 여자(독일여자)를 보게 됩니다. 독일 여자들의 화려한 옷차림과 유대인들을 짐승보다 못한 눈으로 바라보는 시선 앞에서 그는 처음으로 인간적인 초라함을 느끼게 됩니다.
12월 어느 날, 몇 명의 독일 여자들이 여유롭게 담배를 피우면서 무심코 던진 한마디, “참 올해는 시간이 빨리 흐르는 것 같아”라는 말에 걷잡을 수 없는 아픔을 느낍니다. 일 년 동안 매일 노동과 추위와 질병과 굶주림으로 짐승처럼 살아온 자신의 시간을 그녀들은 너무나 무심하게 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. 레비에게 짐승보다 못한 수용소에서의 시간은 암흑의 시간이었지만, 세상은 자신의 고통과 무관하게 움직이고 있음을 느끼게 된 것입니다.
한해를 마무리하면서 여러분에게 주어진 시간은 어땠습니까? 남모르게 고통의 시간들을 보낸 분도 계실 것이고, 누군가에게 설명할 수도, 이해시킬 수도 없는 시간을 경험하신 분도 계실 것입니다. 각 자에게 주어진 시간을 견디시느라 고생하셨고, 수고하셨습니다. 목회자로써 한 가지 소망이 있다면 그런 시간들을 의미 없는 시간으로 묻어두지 마시고, 의미를 부여해 보시기 바랍니다. 여러분이 부여한 그 의미가 바로 ‘하나님의 위로’가 되기 때문입니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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