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거룩한 사랑이란 권민철 2020-10-12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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http://jingwanmission.onmam.com/bbs/bbsView/57/5807374

은 피와 능이다.

 

어린 시절 방학 때마다

서울서 고학하던 형님이 허약해져 내려오면

어머님은 애지중지 길러온 암탉을 잡으셨다.

성호를 그은 뒤 손수 닭 모가지를 비틀고

손에 피를 묻혀가며 맛난 닭죽을 끓이셨다.

떨면서 침을 꼴깍이면서 그 살생을 지켜보았다.

 

서울 달동네 단칸방 시절에

우리는 김치를 담가 먹을 여유가 없었다.

막일 다녀오신 어머님은 지친 그 몸으로

시장에 나가 잠깐 야채를 다듬어주고

시래깃감을 얻어와 김치를 담고 국을 끓었다.

나는 세상에서 그 퍼런 배추 겉잎으로 만든 것보다

더 맛있는 김치와 국을 맛본 적이 없다.

 

나는 어머님의 삶에서 눈물을 배웠다.

 

사랑은

자기 손으로 피를 묻혀 보살펴야 한다는 걸

사랑은

가진 것이 없다고 무능해서는 안 된다는 걸

사랑은

자신의 피와 능과 눈물만큼 거룩한 거라는 걸

 

자비라는 단어를 앞에 두고 설교 준비하다가 박노해 시인의 <거룩한 사랑>이 생각났습니다

오래 전 시를 처음 만났을 때 부모님 생각에 한참을 멈추어 섰던 기억이 납니다

부모님 놀라게 해 드리려고 연락 없이 서울에서 시골집에 갔을 때

아들을 발견한 아버지께서 어머니에게 던진 말씀이 닭 잡아라입니다.

 ‘거룩한 사랑이었습니다. 이런 거룩한 사랑자비라는 사실을 부모님을 통해서 다시 배웁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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