거룩한 사랑이란 | 권민철 | 2020-10-12 | ||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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성聖은 피血와 능能이다. 어린 시절 방학 때마다 서울서 고학하던 형님이 허약해져 내려오면 어머님은 애지중지 길러온 암탉을 잡으셨다. 성호를 그은 뒤 손수 닭 모가지를 비틀고 손에 피를 묻혀가며 맛난 닭죽을 끓이셨다. 떨면서 침을 꼴깍이면서 그 살생을 지켜보았다. 서울 달동네 단칸방 시절에 우리는 김치를 담가 먹을 여유가 없었다. 막일 다녀오신 어머님은 지친 그 몸으로 시장에 나가 잠깐 야채를 다듬어주고 시래깃감을 얻어와 김치를 담고 국을 끓었다. 나는 세상에서 그 퍼런 배추 겉잎으로 만든 것보다 더 맛있는 김치와 국을 맛본 적이 없다. 나는 어머님의 삶에서 눈물을 배웠다. 사랑은 자기 손으로 피를 묻혀 보살펴야 한다는 걸 사랑은 가진 것이 없다고 무능해서는 안 된다는 걸 사랑은 자신의 피와 능과 눈물만큼 거룩한 거라는 걸 ‘자비’라는 단어를 앞에 두고 설교 준비하다가 박노해 시인의 <거룩한 사랑>이 생각났습니다. 오래 전 시를 처음 만났을 때 부모님 생각에 한참을 멈추어 섰던 기억이 납니다. 부모님 놀라게 해 드리려고 연락 없이 서울에서 시골집에 갔을 때, 아들을 발견한 아버지께서 어머니에게 던진 말씀이 ‘닭 잡아라’입니다. ‘거룩한 사랑’이었습니다. 이런 ‘거룩한 사랑’이 ‘자비’라는 사실을 부모님을 통해서 다시 배웁니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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